영화, 여자의 시선에서 보다

성장영화 ‘우리의 20세기’

  • 입력 : 2017.10.12 16:47:58    수정 : 2017.10.12 21: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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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AVER 영화>



영화 ‘우리의 20세기’는 나와 당신의 이야기다. 각기 다른 나이와 직업을 가진 개성 다분한 세 명의 여자와 두 명의 남자의 이야기. 물론 영화를 감상한 나와 당신은 이들 영화 속 캐릭터들과는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보편적이다. 그래서 공감하며, 고개 끄덕이며 감상했을 것이다. 하나의 집 안에서 살아가는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지구라는 하나의 행성에서 살아가는 각기 다른 사람들을 상징한다.

1979년 산타바바라. 낡은 저택을 수리해 하숙집을 운영 중인 도로시아는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제이미의 교육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40세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제이미를 임신한 도로시아는 남편과 이혼하고 홀로 제이미의 보호자로 살아가고 있다. 50대에 접어든 도로시아는 좀처럼 제이미를 이해하지 못한다. 다른 시대와 성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 것. 제이미 역시 엄마, 도로시아를 이해하지 못한다. 외로워 보이는데 내색 한 번 하지 않는 태도와 건강에 나쁜 담배를 연거푸 피워대는 엄마를 말이다. 그저 '대공황 시대 사람'이라며 시대 탓으로 돌릴 뿐이다.

어찌됐든 부모와 자식 관계는 가까울수록 이상적이다. 아무리 좁히려 해도 좁아지지 않는 관계의 폭을 좁히고자 도로시아가 선택한 방법은 제이미 주변의 여자들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세입자인 애비와 어린 시절부터 제이미와 단짝으로 지내온 줄리에게 도로시아는 아들 교육에 협조해달라고 청한다. 과연 이 선택, 옳은 것일까.

영화에서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을 꽤나 친절하게 소개한다. 페미니스트이자 펑크족인 포토그래퍼 애버는 현재 자궁경부암 치료 중이다. 알고 보면 더 많은 사연을 지닌 그녀다. 교육자로서 썩 적합해 보이지는 않는다. 줄리 역시 마찬가지다. 사춘기를 겪고 있는 줄리는 제이미와는 미묘한 관계에 놓여있는데다, 자신을 자기 파괴자라 칭하곤 한다. 심리 상담가인 어머니를 곁에 둬서인지 '더 반항적인' 태도를 보이는 그녀다. 하지만 도로시아는 이들이 제이미에게 훌륭한 멘토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도로시아는 어떤 인물일까.

그녀는 2차대전 중 전투기 조종사가 되고자 했던 여장부 같은 인물이다. 여성이기에 차단당한 것들이 많은 시대에 살았던 그녀는, 온갖 편견을 깨기 위한 조용한 투쟁을 해온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것들을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가 돋보인다(연륜의 힘도 클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이해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엄마의 마음이란 다 똑같은 것임을 확인할 수 있다.

1900년대를 살아온 각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절대 화합될 수 없을 것으로만 보이던 인물들은 결국 이어진다. 각자 자신이 처한 상황과 세계관이 강한 인물들이지만, 결국 통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의 20세기는 격변기였고, 따라서 그 시대를 살아온 인물들 역시 혼돈과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영화는 1900년대 시대상의 흐름과 함께 그 속에 살아가는 인물들을 섬세한 연출을 통해 표현해낸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20세기’는 시대를 관통하는 사회성 짙은 작품으로 볼 수 있다.

한 세기를 훑고 그 안에서 살아가던 각기 다른 인물들의 내외면을 감각적으로 표현한 ‘우리의 20세기’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포함돼 있다. 섬세하고 치밀한 마이크 밀스 감독의 재능이 십분 반영된 작품이다. 탄탄한 플롯은 물론이거니와 감각적인 영상미가 돋보인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영화가 감독의 재능으로 인해 재미있는 영화로 거듭난 결과다. 더하여, 다양한 도서 속 인용문과 인물들이 내뱉는 경구들은 관객들로 하여금 성장의 동력으로 작용될 것이다.

영화 속 인물들 모두는 시간의 흐름에 발맞춰 변화한다. 이 변화는 '성장'이다. 덕분에 나 역시 조금은 더 성장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영화관을 빠져나 온 후에도 영화 속 장면들의 잔상이 뇌리에 남았던 작품이다. 지금까지도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영화를 보며 다시금 느꼈다. 경험의 소중함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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